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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이야기들

쿼런틴(quarantine) 뜻 과 유래 그리고 흑사병 2편

이전 포스팅에서는 쿼런틴(quarantine)의 뜻과 유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흑사병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글을 못 보신 분들은 https://mocorian.tistory.com/62를 참고해 주세요.

 

흑사병(페스트)는 본래 중국 오지와 중앙아시아 등의 풍토병 이었습니다.

흔히들 흑사병 하면 중세 유럽을 많이 떠올리시는 데요, 흑사병은 발원지는 중국 일부 오지와 중앙아시아 지역 등 이었습니다. 1330년대 초 중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서쪽으로 퍼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당시 흑사병이 유행한 중국도 인구의 1/3을 잃을 만큼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는 몽골의 원라나가 몰락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사실 중세의 흑사병에 대해서는 그 원인에 대해 많은 이설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0년~2011년 사이 남유럽인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DNA 검사에서 페스트균이 원인균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중세시대 흑사병 환자를 돌보던 의사의 복장을 재현한 모습>

 

흑사병(페스트) 와 페스트균 그리고 감염경로

페스트는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으로,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 부분적으로 분포해 있으며, 선페스트, 패혈성 페스트, 폐페스트 등의 형태로 구분됩니다. 중세에 유럽에서 크게 유행하여 희생자가 많았으며 국내에서는 근래에 발병이 보고된 바는 없습니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쥐의 피를 빨아먹는 동안 페스트균에 감염이 되고, 이 벼룩에 사람이 물리면 페스트에 걸리는 것이 가장 많은 감염 형태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폐페스트의 경우에는 감염환자의 기침이나 체액을 통해 전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감염 동물(주로 쥐)의 분뇨나 진애(가래)속에 포함되어 공기중으로 퍼진 페스트균에 의해 감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다른 의견도 있는데요 <흑사병의 귀환> 이라는 책을 공동저작한 동물학자 크리스토퍼 던컨과 사학자 수잔 스콧은 페스트가 사람과 사람의 대면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쥐나 벼룩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크게 받아들여지는 의견 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페스트는 갑작스런 발열 및 전신 증상을 일으키며, 형태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분류되어집니다.

선페스트(가래톳 페스트)

일반적으로 1~6일의 잠복기 이후 오한,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 후 24시간 이내에 페스트균이 들어간 신체 부위의 국소림프절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며 이어서 전신 림프절이 부어서(지름 3~8cm) 출혈성 화농성의 염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적절한 치료조치가 되지 않을 경우 1주일 정도로 사망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패혈성 페스트

일반적으로 1~6일의 잠복기 이후 구역, 구토, 설사 등의 소화기계 증상으로 시작됩니다. 20% 정도의 환자에서는 일차성 패혈증이 발생하는데, 그 증상이 일반적인 패혈증의 증상(구토, 복통, 설사 등)과 같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 출혈성 반점, 상처부위의 출혈, 범발성 혈관내 응고증에 의한 말단부의 괴사, 신장 기능의 저하, 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급성호흡부전증후군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폐렴형 페스트

폐페스트는 페스트의 주요 형태 중 가장 생명에 위독하며, 약 5% 정도의 환자에게서 발생합니다. 오한, 발열, 두통, 전신무력감의 증상을 동반하며 빠른 호흡, 호흡곤란, 기침, 가래, 흉통 등의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며 질병 이틀째부터는 객혈 증상, 호흡부전, 심혈관계 부전, 허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페스트라는 이름은 독일어 Pest 에서 유래했으며 영어로는 플레이그(Plague) 입니다. 원래 흑사병을 뜻하던 Plague가 현대에는 전염병의 의미로 쓰이는 것을 보면 당시 유럽에서 흑사병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컸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흑사병(黑死病, The Black Death)이란 이름은 1883년에 처음 붙여졌습니다. 이는 페스트에 걸린 사람들의 피부가 혈소 침전에 의해 검게 변하는 것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흑사병(페스트)의 치료

현대 의학에서 페스트는 치료가 어려운 병은 아닙니다만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페스트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는 겐타마이신(gentamicin),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 클로르암페니콜(chloramphenicol) 등 입니다.

 

 

현대의 흑사병 발병 사례

현대에는 흑사병이 발병 하는 일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며 대규모로 퍼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병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 수십 년간 서부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1건에서 17건까지(평균 약 7건) 꾸준히 흑사병의 인간 감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 서부의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하여 점차 시골로 퍼져나가 최근에는 주로 뉴멕시코 주 북부·아리조나 주 북부·콜로라도 주 남부와 캘리포니아 주·오레곤 주 남부·네바다 주 서부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6년에는 17명이 감염되어 2명이 사망하였고, 2015년에도 16명이 감염되어 4명이 사망하였습니다.

2012년에는 미국 오레곤주의 폴 게이로드(Paul Gaylord)가 길고양이 에게 물려 흑사병에 감염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조사 결과 집 주변에서 죽은 쥐들의 시체나 페스트균의 흔적은 없었고 사살된 고양이의 사체에서 페스트균이 검출 되었습니다. 그는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죽음의 문턱에서 회생했습니다. 그러나 흑색으로 변해버린 양 손의 손가락 전부와 대부분의 발가락은 치료를 받는 도중 모두 잘라내야 했습니다. 1980년대에도 10살짜리 어린 소녀가 흑사병에 감염된 길고양이에 물려서 전염된 사례가 의학계에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최근으로는 작년인 2019년 11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흑사병 환자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 후 두 명이 더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11월에만 4명의 흑사병 환자가 발생했었는데요, 이 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중국의 흑사병 소식은 더 확인을 할 수는 없네요. 확진을 받았던 4명의 환자중 한 명은 야생토끼를 잡아 먹은 것이 발병의 원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미국의 경우 길고양이에게 물려 감염된 예도 있듯이 야생동물이나 거리의 동물들을 함부로 접촉하는 것은 다소 위험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흑사병(페스트)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 에서는 흑사병의 대유행이 중세시대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